[일코노미 전성시대] 간편식 인간 나혼자 산다
2017-04-05

바야흐로 ‘일코노미’ 시대다. 일코노미는 ‘1인’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1인 가구로 인해 생겨난 경제현상을 일컫는다. 일코노미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어딜 가도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 넘쳐난다. 먹거리부터 가전, 가구, 빌딩에 이르기까지 소형·소용량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머니S>가 급부상하는 일코노미를 집중 조명했다. 1인 가구의 소비 행태를 진단하고 나홀로족의 하루를 따라 가봤다. 또 1인 가구 주거공간의 현실과 취약점을 눈으로 마주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재테크를 소개하고 웹드라마 <1인 가구> 제작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편집자주>

 

서울 양천구 옥탑방에 혼자 사는 직장인 A씨.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 집 앞 편의점에 들른다. 이곳에서 삼각김밥(주로 전주비빔밥)과 커피로 아침을 때운다. 회사 야근이 없을 땐 퇴근길에 편의점을 들러 도시락과 과자, 캔맥주를 사온다. 인터넷에서 쇼핑한 상품도 편의점에서 받는다. 상품수령지를 집이 아닌 편의점으로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편의점은 식당이자 카페고 심부름센터다.


대신 주말에는 편의점에 가지 않는다. 나름의 철칙이다. 주말에는 집안 청소를 하고 혼자 극장이나 야구장에 간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그동안 하지 못한 쇼핑도 한다. A씨가 혼자 보낸 주말을 재구성해봤다.

 

 

◆간편식으로 이뤄진 ‘간편식 인간’


오전 10시30분. 정오까지 실컷 자려고 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갈증이 났다. 일어나자마자 부엌을 찾아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비축해둔 라면과 햇반은 언제 다 먹었는지 남아있는 게 없다.


다행히 냉장고 안에 가정간편식 냉동 새우볶음밥과 육개장이 남아있다. 후라이팬에 냉동볶음밥을 볶고 육개장도 냄비에 부어 끓인다. 사실 조리한다기 보다 살짝 데우는 수준이지만 5분 만에 완성된 새우볶음밥과 육개장은 직접 만든 것처럼 그럴 듯한 맛이 난다.


아쉬운 것은 새우볶음밥 한봉지당 새우가 3개밖에 없고 육개장에는 소고기 조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에 먹은 낙지볶음밥과 닭곰탕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밥과 국을 먹고 나니 힘이 났다. 바로 설거지를 하고 집 청소를 시작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작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물티슈로 닦아 바닥 청소를 마무리한다. 이어 롤크리너로 이불과 옷에 붙은 머리카락과 먼지를 말끔히 제거한다. 


오전 11시40분. 아침밥을 먹고 청소까지 끝마치니 1시간이 지났다. 이번엔 일주일 동안 쌓인 쓰레기와 빨랫감을 처리할 차례다. 방과 화장실 쓰레기를 모아 종량제봉투에 꽉꽉 채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서 거의 잠만 잔 것 같은데 넘쳐나는 쓰레기에 매번 놀란다. 비닐류가 특히 많다. 사실 비닐류와 알루미늄 캔·유리병은 플라스틱·택배박스 등처럼 분리수거해야 하지만 A씨는 그냥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분리수거일은 매주 목요일이지만 이날까지 비닐류를 집에 보관했다가 정체불명의 벌레가 무더기로 나온 적이 있어서다.

 

 

모자를 눌러 쓰고 쓰레기봉투와 일주일 동안 쌓인 빨랫감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쓰레기를 버린 뒤 인근 코인빨래방에 들렀다. 아직 세탁기를 구입하지 못해 빨래방을 종종 이용한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500원짜리 동전 8개를 투입한 뒤 ‘시작’ 버튼을 누르면 빨래가 시작된다. 평소에는 3500원인데 이번엔 겨울옷이 포함돼 빨랫감이 꽤 많다. 건조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1인 가구’ 자화상


뽀송뽀송해진 빨랫감을 들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1시가 넘었다. 과자를 먹으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웹툰을 몰아봤다. 온라인쇼핑도 했다. 요즘은 신선식품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티몬 앱에서 계란(15구)과 새우살(350g), 삼겹살(500g), 파프리카(2입), 브로콜리(1송이) 등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계란이 저렴하고 소량 포장한 품목이 많은 게 마음에 든다. 다만 계란의 경우 요즘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귀해져서 그런지 1판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주문·결제 과정에서 양천구가 신선식품 예약배송 불가 지역으로 나왔다. 결국 신선식품은 오후에 마트에서 사기로 하고 우리 동네 할인쿠폰과 여행상품은 뭐가 나왔는지 살펴봤다. 점점 졸음이 몰려온다.

 

 

오후 3시. 잠이 깼다. 날씨가 좋아서 어디라도 가고 싶다. 나갈 채비를 하고 집 주변 영화관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CJ CGV는 사람들로 붐볐다. 마침 어렸을 때 봤던 일본 SF애니메이션 전설의 명작 <공각기동대>가 할리우드 실사버전으로 상영 중이었다. 자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1석이 남아 있었다. 


CGV에서는 1인 관객용 싱글팩(음료+즉석구이오징어∙치즈볼∙팝콘 중 택1)을 6000원에 판매한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싱글팩이라도 사들고 갈까 하다가 괜한 돈을 쓰는 것 같아 돌아섰다. 

 

 

저녁 6시30분. 영를 본 뒤 인근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식량을 구비했다. 햇반, 볶음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간편가정식과 계란, 소포장 모듬채소, 채 양파, 다진 마늘, 라면, 맥주 등을 샀다. 1~2인용 전기밥솥과 미니세탁기, 미니오븐 등 가전제품도 구경했다. 마트에서 체크해둔 가전제품들은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할 계획이다. 초소형 가전제품은 대체로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하는 게 저렴해서다.


저녁 7시30분. 마트에서 빠져나오자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하다. 집으로 가는 길, 우동집이 발길을 잡는다. 마트에서 각종 먹거리를 샀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면 만사가 귀찮을 것 같다. 우동집 문을 열고 자판기에서 ‘돈까스덮밥 세트’를 선택, 결제했다. 4~5분 뒤 돈까스덮밥과 메밀이 담긴 쟁반 하나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이곳은 바 형태로 구성돼 혼자 밥을 먹어도 민망하지 않다. 왁자지껄한 소리 없이 조용하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건져 먹고 국물을 한모금 마셨다. 밥을 구겨넣은 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혼밥(혼자 먹는 밥)하러 온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밥에만 집중한다. 옆에 교재를 펼쳐놓거나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밥 먹는 사람도 있었다. 10분간 조용히 밥을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출처 : 머니S (2017.04.05)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type=1&no=2017033015368069466&outlink=1#close_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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