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일상화…몸에 좋은 먹거리 선택에 관심 기울여야
2017-02-27

배달음식·간편식 등 형태도 다양 한국인, 한달 평균 15번 음식 사먹어

‘맛있는 음식’ 찾는 유행 속에 패스트푸드 섭취·수입 식재료 사용 늘어

좋은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올바른 외식문화 정착시키려면 몸에 좋은 먹거리 선택에 관심 기울여야 

 

 

친정엄마가 딸에게 전해주는 마지막 비술은 손맛이었다. 김치 담그는 법은 마지막 중 마지막 비법이었다. 오죽하면 여자의 진정한 독립은 직접 김치를 담그는 날 이뤄진다고 했을까. 그런데 세대가 바뀌었다. 이제 엄마가 딸들에게 전해주는 비술은 전화번호 목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김치 맛있는 집, 된장 맛있는 집, 젓갈 맛있는 집. 바야흐로 외식의 시대다. 식재료를 사기보다 음식을 사는 시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집밥이 특별해진 시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달에 평균 15회 외식을 한다. 10명 중 3명은 한달에 25회 이상 외식을 한다. 하루 세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 한끼는 반드시 외식을 하는 셈이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라면 전체 식사의 절반가량을 외식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집밥’이 특별한 밥이 된 셈이다.


사실 집밥이라는 단어가 요즘처럼 흔하게 쓰이던 시기는 없었다. 불과 십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끼니는 집에서 직접 해서 차려먹는 것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밥 앞에 ‘집’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외식이야말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추억’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끄집어내는 장면 중 하나가 졸업식날 짜장면 먹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주객전도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기보다 사먹는 쪽을 선택했다. 외식업체를 찾아가 음식을 사먹는 전통적인 외식뿐 아니라 배달음식·포장음식 등 외식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집에서 해먹을 때도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간편식을 사서 먹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aT의 ‘가공식품 소비자 분석’에 따르면 1주일에 두번 이상 간편식을 산다는 소비자가 41%에 달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급성장하며 외식업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시테크’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니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사실 외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재료를 사고 다듬고 조리하고 치우는 과정을 생략하는 대신 외식을 하고 남는 시간에 쉴 수 있다면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선택이다.


고도의 산업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감안하면 외식의 증가, 외식의 일상화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외식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말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2016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외식 메뉴나 업체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맛이다. 응답자의 77%(복수응답)가 선택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가격·접근성·신속성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식재료가 식당을 고르는 중요한 이유라고 응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설문지가 제시한 10개의 답안 중 9번째였다. 그마저도 2015년과 비교하면 6%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좋은 음식’을 선택하기보다는 ‘맛있기만 한 음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명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매번 주로 선택하는 외식 메뉴 2~3위를 오르내리고, 일주일에 한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는 고등학생이 2012년 68%에서 2016년 78%(교육부 2016년도 학생건강검사 표본조사)로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식재료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은 식당들이 값싼 수입재료를 사용하도록 방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중국산 김치·당근 등 국내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저가 식재료들이 식당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외식업체의 93.7%가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올바른 외식문화 정착을 위해선 건강을 고려한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와 그에 따른 선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집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이 건강한 밥, 좋은 식재료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김미리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맛과 가격, 그리고 겉모양만 고려해서 외식메뉴를 선택하는 경향이 너무 심하다”면서 “외식메뉴나 편이식을 고를 때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는지,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었는지, 영양의 균형은 맞는지 등을 잘 살펴야 건강하게 외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17.02.27)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73604&subMenu=articl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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