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크거나 아주 작게… 가성비, 1인 가구 틈새 파고든 ‘극과 극’ 마케팅
2017-06-21

틈새시장 공략한 유통업계 ‘극과 극’ 마케팅
가성비 높인 대용량 커피·와인 등은
사무실 밀집지역, 산업단지 등에서 인기
1·2인 가구는 보관 걱정 없는 ‘소용량 제품’ 선호

 

CU 편의점이 판매하고 있는 1리터 대용량 커피 제품. BGF리테일 제공

 

# 등산이 취미인 직장인 박준용(48)씨는 매주 토요일 친구들과 가까운 산에 오를 때마다 잊지 않고 편의점 CU 매장에 들러 페트병(1ℓ)에 담긴 ‘대용량 커피’를 구입한다.


등산할 때 1인당 2, 3잔씩 커피를 마시는 점을 감안해 미리 커다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가곤 했지만, 약 1년 전부터 대용량 커피를 구매하면서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그는 “친구 4, 5명이 함께 등산할 때는 보온병이 2개나 필요해 배낭이 더 무거워지고 종이컵 여러 개에 커피를 타다 보면 쏟는 경우도 많았지만, 대용량 제품이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줬다”며 만족해 했다.


# 신혼인 직장인 이모(31)씨는 20일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서 보통 무게가 7~8㎏ 정도 되는 일반 수박 보다 훨씬 작은 크기(2㎏ 안팎)의 ‘미니수박’을 구매했다. 일반 수박은 남편과 둘이 먹기에는 양이 많은데다 너무 커서 잘라 먹기도 힘들고, 냉장고 안 공간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반 수박을 반쪽으로 잘라 놓은 것도 구매해봤지만, 냉장고에 오래 놔뒀다 버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박을 사기 전엔 냉장고 한 칸을 비워둬야 하고 사고 나선 ‘이걸 언제 다 먹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미니수박은 후식으로 한 두 차례 먹기에 딱 좋은 크기이고 먹고 남은 수박 껍데기도 적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최근 판매한 미니수박. 이마트 제공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용량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 2인 가구가 늘면서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졌고, 한쪽에선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이려는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유통업계의 ‘극과 극’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가 2015년 7월에 선보인 ‘헤이루 믹스커피’ 1ℓ 페트병 제품(2,600원)의 올해(1~5월) 매출은 28% 급증했다. 손님 접대가 많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산업단지, 단체 나들이객이 몰리는 관광지 주변의 판매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무실에서는 편리함 때문에 ‘탕비실 필수템’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다. 입사 2년차 직장인 송지아(27)씨는 “부서 막내라 회의나 외부 손님 방문 때 적게는 3, 4잔에서 많게는 20잔의 커피를 타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서두르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인 적도 많은데 대용량 커피 덕에 불편함과 위험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CU는 대용량 커피가 인기를 끌자 지난 4월 신제품 ‘헤이루 아이스 아메리카노’ 1ℓ 페트병 제품(2,600원)을 출시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5ℓ 팩에 담긴 대용량 와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병에 담긴 일반 와인(750㎖) 6.5병(와인 컵으로 34잔)에 달하는 용량이지만, 가격은 일반 병 와인 수준인 1만9,900원에 불과하다. 국내 와인 애호가가 늘자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홈 파티가 많은 겨울 시즌에 일반 와인 두 배 용량인 1.5ℓ와인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고, 3년 전부터는 3ℓ 와인을 출시했다. 여기에 더해 거의 매일 한두 잔씩 마시는 ‘와인 마니아’를 겨냥해 더 큰 용량의 와인을 선보인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일반 와인과 달리 팩을 여닫을 수 있는 탭이 부착돼 필요한 양 만큼 따라 마실 수 있고, 팩 내부에 산화 방지용 특수 파우치를 사용해 최대 2개월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최근 출시한 5리터 대용량 와인. 일반 와인과 달리 탭이 부착돼 있어 소비자가 필요한 양 만큼 따라 마시고 남은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홈플러스 제공

 

대용량 제품의 인기는 최근 수년 간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자주 먹거나 자주 사용하는 제품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커피나 와인 모두 최근 음용 빈도나 음용량이 크게 증가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용량 제품과는 반대로 1, 2인 가구에 최적화된 아주 작은 용량의 제품도 인기다. 대형마트가 선보인 애플수박 등 미니수박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처음 미니수박을 선보인 이마트는 준비한 2억원 어치 물량이 모두 판매됐고, 롯데마트도 올해 미니수박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반찬 과일 등 신선식품을 한끼에 먹을 수 있는 ‘극소량’을 포장해 판매하는 ‘한끼밥상’ 코너를 19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부위별로 60~100g 단위로, 고등어 갈치 등 생선은 1토막 단위로 각각 판매한다. 제철 과일을 조금씩 담은 도시락(150~260g)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4월말부터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한끼밥상 코너를 시범 운영했는데, 초기 150~200명이던 하루 이용객 수가 최근에는 250명 안팎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고객들이 일반 상품과 극소포장 상품을 비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소용량 제품의 인기는 1, 2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다. 3, 4인 가구는 외식이나 쇼핑 때 인원 수대로 먹고 싶은 3, 4가지 음식(상품)을 시켜 나눠 먹거나 공유할 수 있지만, 1인 가구는 여러 음식을 먹고 싶어도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다 남은 제품을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많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 2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잡아 그만큼 소용량 제품 수요가 늘었다”며 “틈새시장 수요를 빨리 찾아내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일보 (2017.06.21) http://www.hankookilbo.com/v/86504b6d7f1747a79d4f741e191684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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