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Journal] 똑같은 제품도 맛 세분화…마이크로 마케팅이 대세
2017-06-22

많은사람이 좋아할만한 상품 장수제품 빼곤 설자리 없어…

같은 제품도 취향 맞춰 다양화
매운맛 마니아 노린 `불닭 볶음면` 매운 정도 5가지로 세분화해 공략
풀무원 두부 단단한 정도·입맛 맞춰 국산콩·연두부등 10여종 선보여

 

 

어지간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다. 취향에 딱 맞춘 취향 저격 상품만 골라 집는다. 100% 만족하지 않으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상품도 과감히 구매 리스트에서 뺀다. 오랫동안 선호한 브랜드가 있어도 더 잘 맞는 상품이 새로 나오면 주저 없이 갈아탄다.
유통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최신 소비 트렌드다.


그야말로 역대 최고 눈높이를 가진 소비자들이 깐깐한 소비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대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제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다품종 소량생산, 이른바 마이크로 마케팅이 대세다.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던 식품업계는 이제는 소비자 선호도를 세분화해 한 가지 브랜드 안에서도 다양한 맛과 특징을 가진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무난한 상품은 장수제품이 아니고서야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정 상품이 유행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한 가지 제품만 우려먹을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종류가 적고 소비자들 입맛도 덜 까다로웠던 과거에는 특정 제품의 맛에 사람들이 입맛을 적응시켜야만 했다'며 '이제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을 세밀하게 구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돼 세분화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대상 청정원이 리뉴얼해 출시한 햇살담은 간장이다. 청정원은 맛의 특징에 따라 제품을 네 가지로 구분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한 가지 상품이었던 양조간장은 발효다시마를 사용하고 두 번의 숙성을 거쳐 본연의 감칠맛을 살린 깔끔한 맛, 쇠고기 육장과 어장을 함께 사용해 단맛과 감칠맛을 대폭 끌어올린 깊고 풍부한 맛 두 종류로 분화했다. 양조진간장 역시 진한맛과 한층 더 깊은 맛을 담은 진한맛 플러스 두 종류로 나눠 소비자 취향을 고려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6월 론칭한 비비고 김치도 마찬가지다. 지역별로 선호 입맛이 다른 김치의 특성을 고려해 제품군을 점차 늘리고 있다. 대표 제품은 서울 및 경기식의 대중적인 김치맛인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이다. 여기에 여섯 가지 액젓을 넣어 진하고 칼칼한 양념맛을 살린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 황태다시마 육수로 시원한 맛을 끌어올리고 매운맛을 줄인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을 추가로 선보여 다양한 소비층을 고려했다.


삼양식품의 인기 라면인 불닭볶음면은 마이크로 마케팅의 교과서 같은 사례다. 삼양식품이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애초부터 매운맛을 즐기는 소수의 매운맛 마니아를 타깃으로 삼아 개발했다. 제품 인지도가 올라가고 매운맛 열풍이 불면서 최근 들어 세분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고 고소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치즈불닭볶음면, 자작한 국물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불닭볶음탕면이 지난해 잇달아 출시됐다. 올해 들어선 더 매운맛을 원하는 마니아층을 노린 핵불닭볶음면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념에 카레맛을 더한 커리불닭볶음면, 여름철 비빔면 수요를 노린 쿨불닭볶음면도 등장했다. 약 1년 사이에 불닭볶음면으로만 다섯 가지 제품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장수상품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올해 사업 목표를 아예 마이크로 마케팅으로 정하고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연령별로 필요한 영양 성분을 고려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층을 위해 올해 3월 출시한 베지밀 5060 시니어 두유는 칼슘과 오메가-3 지방산 등 다양한 영양소와 함께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강화해 차별화를 꾀했다. 당에 민감한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설탕을 빼고 몸에 흡수가 느리게 되는 결정과당 등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임산부와 어린이의 맞춤형 영양소를 담은 베지밀 건강맘 베지밀 어린이우유 다빈치도 선보였다.


정식품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소비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선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타깃 세분화 제품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올해 들어 제품 라인업을 대폭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부업계의 강자인 풀무원은 단단한 정도와 먹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 두부 제품만 10종 넘게 선보였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국산콩 두부, 유기농 식품을 찾는 사람을 위한 유기농 두부, 옛날 두부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를 노려 느리게 만든 한모, 실속형 제품으론 소가 두부 등을 내놨다. 아이들이 먹기 편한 연두부에 인기 캐릭터 뽀로로를 접목한 뽀로로 키즈 연두부, 1인 가구의 식사량에 딱 맞게 110g으로 만든 국산콩 100% 한끼 두부, 두부 한 모를 두 개로 나눈 투컵 두부와 네 개로 나눈 신선한 네모도 있다. 각각의 두부는 부침용과 찌개용으로 나눠 용도에 맞춰 구매할 수 있게끔 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뷰티업계에서는 맞춤형 서비스 카드로 마이크로 마케팅 대열에 동참했다.


화장품 업체들은 개인별 피부 특성을 파악해 딱 맞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맞춤형 립스틱 마이 투 톤 립바, 맞춤형 수분크림 마이 워터뱅크 크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서 피부 진단기기인 뷰티파인더를 통해 개개인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자극 없는 화장품을 만들어준다.


서비스 평균 예약률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션업계는 체형과 선호도에 맞춘 개인 맞춤형 의류 서비스를 돌파구로 삼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은 지난해 말 남성 맞춤편집숍 앤드류앤레슬리와 함께 방문 맞춤 셔츠전문관을 열어 화제가 됐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방문해 옷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출처 : 매일경제 (2017.06.2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417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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