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기 편한 음식이 좋아”…노인식 시장 커진다
2018-04-30

ㆍ“시장규모 2020년까지 16조 될 듯”

ㆍ사태찜 등 음식 맛·영양 그대로…삼키기 쉬운 조리법 앞다퉈 개발

 

 

 

씹기 어려운 고기와 떡을 부드럽게 가공한 노인 영양식단 사례. 아워홈 제공


“한국은 일본보다 실버푸드 후발주자이지만 방향은 달라야 합니다. 연세대 치과대학과 함께 한국의 70대 노인 500명을 조사하니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임플란트 시술이 보편화돼 있어 음식을 ‘씹는’ 기능이 일반 성인의 70~90%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지난 19일 찾은 아워홈의 경기 분당 식품연구소 김세진 영양기능성팀 차장은 “노인식이 가급적 기존에 먹던 음식과 형태가 동일하면서도 편하게 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고령자 식사 개발의 선두주자인 아워홈은 2016년 7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 효소를 이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특허 3건을 출원한 바 있다.

 

올해 안에 출시 예정인 ‘연화’ 기술을 적용한 돼지고기 사태찜을 직접 먹어봤다. 접시에 담긴 모양은 차이가 없는데 1시간 동안 일반 조리한 고기보다 10분간 조리한 효소처리 제품이 훨씬 부드러웠다. 몇 번을 씹자 입안에서 금방 흩어졌다. 질긴 근육과 근막을 프로테아제로 처리해서다. 기기로 측정해보니 일반 사태고기는 절단에 약 9.6㎏의 힘이 필요한 반면 가장 연한 2단계 고기는 3.6㎏에 불과했다. 노인들이 선호하는 대표 음식 13종 중 1위(16.1%)인 고기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 탓에 실제 섭취는 7위(8.3%)에 그치고 있다고 아워홈은 자체 조사 결과를 전했다.

 

가래떡도 쪄내는 과정에서 아밀라아제 효소를 넣어 강도를 50% 약화할 수 있다. 실버타운에서 노인들이 ‘떡은 빼고 국물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고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품업계는 노인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정체에 빠진 식품업계의 새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농식품부의 ‘2016년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1년 5104억원 규모였던 실버푸드 시장은 2020년까지 16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전망된다. 

 

노인들에게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소화 활동은 건강 유지에도 중요하다. 턱과 목의 삼킴 근육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저하되고, 저영양 상태에 빠지고 건강은 더 나빠진다. 국가적으로도 노인들의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이 만만찮은 과제로 떠올랐다. 2016년 기준 남녀 기대수명은 각각 79.3세, 85.4세였지만 건강 기간은 64~65세로 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죽 같은 유동식이 아니라 한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노인세대의 심리·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식품업계의 노인식 개발은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의 다음 프로젝트는 견과류이다. 실버타운 입주 노인들이 간식 1순위로 꼽는 견과류는 영양 가치는 높지만 딱딱해 씹어 삼키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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