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삼겹살을 자판기서?…축산물 판매처 ‘무한변신’
2018-05-09
칼없는 정육점·고기 자판기 1인·맞벌이 가구 등에 인기

당일 배송·소량구매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 판매 급증 

신개념 정육점 ‘에이징룸’ 수제 베이컨·미트볼 등 선봬 

부위별 조리법·향신료 추천 오프라인 정육점만의 장점

 

울산 북구에 있는 ‘바른고기’ 정육점은 저녁 9시에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자판기로 고기를 판매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정육점 ‘에이징룸’ 진열대. 카페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고기, 요즘 어디서 사나요?”

 

소비 트렌드가 나날이 변화함에 따라 축산물 판매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축산물시장을 살펴봤다.

 

 

◆자판기로 들어간 정육점=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내 정육점은 대부분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된다. 하지만 최근 무인화(無人化) 열풍에 맞춰 ‘칼없는 정육점’이나 ‘고기 자판기’를 도입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숍인숍 2.0’인 셈이다. 

 

농협의 칼 없는 정육점은 소규모 소매유통점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마켓·편의점 등이 대표적이다. 모영남 농협경제지주 안심축산분사 부분육사업팀 계장은 “칼없는 정육점은 소매점이 별도의 인허가나 전문인력·설비투자 없이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어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칼없는 정육점 점포는 2016년 전국 530곳에서 올 3월 650곳으로 늘었다. 올 1·4분기 매출도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4% 성장했다.

 

고기 자판기도 늘고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량을 사고 싶어 하는 1인·맞벌이 가구 등의 소비자가 선호해서다. 오피스 빌딩이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설치·운영되던 고기 자판기는 최근 백화점에도 진입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도상우 롯데백화점 축산바이어는 “소량이 필요한 소비자는 식품관 내 정육 코너 이용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고기 자판기를 이용하는 소비자 특성상 기존 매장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시장을 넓힐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기 자판기를 활용해 소득을 높이는 정육점도 있다. 울산 북구의 <바른고기(대표 황원도)>는 매장 밖에 자판기를 설치해 영업시간 외에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게 주변에 공단이 있어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보자는 황원도 대표의 판단이 주효했다. 그는 “평소 자정에서 새벽 3시 사이 자판기에서 팔리는 고기만 하루 9만~50만원어치”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잘 팔린다=온라인을 통한 축산물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고기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데 부정적이던 과거와 견줘보면 큰 변화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올 1·4분기 한우·한돈 매출을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G(지)마켓은 15·47%, 옥션은 58·63% 각각 증가했다.

 

박영근 G마켓 마트실 팀장은 “포장기술의 발달과 배송서비스 혁신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신선한 축산물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1인 가구나 바쁜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온라인 축산물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축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주목받고 있다. <육그램>은 주문 후 3시간 이내 서울 모든 지역에 고기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특히 소량구매도 가능한데, 3월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해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소량씩 포장한 ‘미트샘플러’ 제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카우>는 운동·다이어트를 하느라 닭가슴살을 주로 먹는 이들을 상대로 저지방 3등급 한우와 한돈 제품을 판매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적극적인 소비자는 기존 쇼핑몰뿐 아니라 자신의 니즈(needs·욕구)에 적합한 상품이 있는 전문 쇼핑몰을 찾아 쇼핑한다”며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차별화 내세우는 오프라인 정육점=기존 정육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숙성 한우와 제주산 돼지고기만 취급하는 정육점인 <에이징룸>이 그중 하나다. 이곳은 특색 있게 고기뿐 아니라 음식 및 가공품도 판매한다. 직접 만든 수제 베이컨이나 미트볼·가츠샌드·소스류 등의 인기가 높다. 또한,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면 과일·향신료·오일 등을 이용해 숙성시키는 방법인 마리네이드를 해준다. 생고기 그 이상을 파는 정육점인 셈이다. 

 

마블링이 적은 한우고기를 혼합숙성해 판매하는 곳도 있다. 숙성전문 정육점인 <감성고기>는 저지방 고기를 찾는 단골고객이 많은 곳이다. 구정민 감성고기 팀장은 “오프라인 정육점은 대인판매의 강점이 크다”며 “저지방 숙성고기가 어색한 고객도 부위별로 어울리는 요리나 조리법 등을 알려주면 거부감 없이 구매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온라인이나 무인시스템이 줄 수 없는 서비스는 오프라인 정육점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안문길 <두뿔이야기> 대표는 “구입한 고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향신료를 추천하고 무료로 소분해주는데 고객 반응이 좋다”면서 “앞으로 오프라인 정육점은 고기 품질 이외에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18.05.09)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COW/290239/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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